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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 감염 곰팡이, 지구 온난화로 전 지역으로 확산 예상
    과학 2025. 5. 2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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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pergillus fumigatus

    서울, 2025년 5월 25일 — 치명적 폐감염을 일으키는 곰팡이 아스페르길루스 푸미가투스(Aspergillus fumigatus)가 지구 온난화로 북미·유럽·중국·러시아 등으로 영역을 77.5%까지 넓힐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연구진은 고위험 배출 시나리오에서 유럽인 900만 명이 추가로 노출되고, 전 세계 수백만 명이 20~40%의 치명률을 보이는 폐침습증 위험권에 들어갈 것으로 추정한다.

     

    푸미가투스 포자는 지름 2~3 µm로 호흡기 깊숙이 침투해 면역력이 약한 숙주에서 혈관을 파고들며 다발성 출혈성 경색을 유발한다. 임상에서는 ‘해바라기 모양’의 균사 확산으로 뇌·갑상선·심장까지 전이되는 사례가 보고됐고, 천식·낭성섬유증 환자에게서는 알레르기성 기관지폐 아스페르길루스증이 만성섬유화를 일으켜 폐기능을 급격히 떨어뜨릴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 곰팡이를 ‘치료가 시급한 중요 곰팡이’ 최상위 그룹에 올려놓았지만 연구·진단·치료제 투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문제는 곰팡이가 더워질수록 강해진다는 점이다. 푸미가투스는 37 ℃ 이상의 체온에서도 생존하도록 유전체를 빠르게 재편성할 수 있어 기온 상승과 습도 변화, 극한 기후에 적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은 이 곰팡이가 기존 항진균제 중추인 아졸계 약물에 다섯 배 이상 빠르게 내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내성 균주 확산은 치료 창구를 좁히고 약물 비용을 끌어올려, 이미 취약한 환자군에 이중 부담을 준다.

     

    푸미가투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독성 아플라톡신을 만드는 아스페르길루스 플라부스는 16% 이상 더 넓은 토지를 점령할 것으로 예상돼 식량안보까지 위협한다. 아플라톡신은 옥수수·땅콩·쌀 등에 잠입해 간암과 성장장애를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가축 사료와 인간 식품 모두를 오염시킨다. 곰팡이 확산과 식량 위기는 ‘기후·보건·농업’ 삼중 리스크를 형성하며 지역 경제를 동시에 압박한다.

     

    이러한 확산은 북위 60도권까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모델링 결과는 한반도 북부와 홋카이도, 알래스카 연안에도 정착 가능성을 제시하며, 계절별 이동 속도가 빨라져 방역 공백기가 늘어날 수 있다. 극한 기상은 장거리 포자 수송을 가속한다. 2011년 미국 미주리주 조플린 토네이도 이후 곰팡이성 폐렴 환자가 급증했던 사례처럼, 돌풍·홍수·산불이 포자를 공중에 대량 살포하는 ‘자연 분사기’로 작동할 수 있다.

     

    기후가 병원체를 깨우는 현상은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2016년 러시아 야말반도에서는 해빙으로 드러난 순록 사체에서 탄저균이 깨어나 주민과 가축 2 000여 마리를 감염시켰다. 시베리아·알래스카 영구동토에서 4만 년 전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되살아났다는 보고도 이어진다. 한편 일부 연구자는 “해빙 바이러스 위험은 다른 토양 바이러스와 비슷하다”는 신중론을 제시하지만, 최소한 ‘냉동 창고’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국내 상황을 살펴보면,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장기이식·암환자와 고령 인구 증가로 푸미가투스 감염 저변이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호흡기 시료에서 곰팡이 항원과 혈청 베타-D-글루칸 동시 검출 프로토콜을 권고하지만, 여전히 감염 확인까지 평균 5일 이상이 소요된다. 초기 증상은 기침·발열·흉통처럼 흔해 조기 진단이 어렵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사망률이 급등한다.

     

    예방책은 다층적 접근이 요구된다. 첫째, 실내 공기질 관리와 농작물 저장 온습도 기준 강화를 통해 포자 농도를 낮춰야 한다. 둘째, 국립보건연구원 주도의 곰팡이 게놈 감시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별 내성 변이 출현을 실시간 공유해야 한다. 셋째, 신규 표적 효소인 세린 하이드록시메틸트랜스퍼라제 억제제처럼 혁신 치료제 개발에 정부와 제약사가 공동 투자해야 한다.

     

    국제감염학회 최근 보고서는 팬데믹 후보 목록에서 곰팡이 질환을 네 번째로 올려놓았다. 보고서는 특히 약제 내성 칸디다 아우리스가 2019~2023년 사이 미국 플로리다주 한 병원에서 2 200% 폭증했다고 밝히며, 항균제 남용과 기후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칸디다 아우리스는 피부·의료기기 표면에서 오래 생존해 병동 내 집단감염을 일으키는데, 동일 병동에서 푸미가투스 동시 감염 사례도 보고돼 다중 감염 시대의 위험성을 예고한다.

     

    모형 불확실성도 간과할 수 없다. mSystems 저널 연구는 “해빙·토양·담수 등 다양한 환경에 바이러스와 곰팡이가 존재하며, 해빙 기원이 반드시 유일한 ‘재앙의 상자’는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위험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기존 시스템 전반에 만연한 진균·바이러스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함을 반증한다.

     

    동아시아에서도 이상 기후가 포자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남부와 베트남·태국에서 관찰된 고온·고습 시즌에는 실외 공기 중 아스페르길루스 포자 농도가 평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연구가 국제학술지에 실렸고, 연구팀은 “기후 요인이 아시아권에서 곰팡이성 폐질환 부담을 기하급수적으로 부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대학병원 세 곳이 2024년 겨울부터 참여한 레지스트 옴니 프로젝트 1차 결과는, 면역저하 환자 10만 명당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증 발생률이 12.4건에서 16.8건으로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겨울 난방으로 인한 실내외 온도차와 미세먼지 경로를 타고 들어온 포자가 급증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병원 공조설비 필터 교체 주기를 연 4회로 늘리고, 환자용 N95 마스크 지급을 상시화해 발병을 15%까지 낮출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보건전문가들은 ‘원헬스(One Health)’ 관점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가축·작물·야생동물에 서식하는 곰팡이는 인간 건강과 직결되므로, 수의사·식품안전·임상 분야가 정보를 교차 공유해야 대응 체계가 완성된다. 이는 탄저균·사스코로나바이러스·조류인플루엔자 사례에서 이미 입증된 교훈이기도 하다.

     

    전문가 패널은 기후적응형 도시 설계를 제안한다. 녹지 면적 확대는 열섬현상을 완화하지만, 일부 나무껍질은 아스페르길루스 번식지가 될 수 있어 도시 조경에도 보건 관점이 필요하다. 또한 지하공간·에어컨 냉각수 탑은 곰팡이 번식의 블라인드 스폿이므로, 스마트 센서를 사용한 실시간 포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면 감염 위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인류는 기후변화 곡선을 꺾는 동시에 의료·농업·도시계획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위가 부추긴 곰팡이’가 조용히 폐를 잠식하고, 작물을 마비시키며, 경제와 보건을 이중 삼중으로 무너뜨리는 ‘침묵의 팬데믹’이 현실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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