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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 AI 경쟁서 뒤처진 이유와 재도약 전략
    iT 2025. 5. 2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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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ple WWDC2024에서 애플 인텔리전스 소개 장면

    서울, 2025년 5월 20일 — 애플이 10여 년 전 시리를 통해 음성 비서 시장을 개척했지만, 최근 내부 문건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경쟁사들이 생성형 AI로 질주하는 동안 애플은 기술·조직 양면에서 난항을 겪으며 ‘뒤처진 1인자’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애플은 2011년 아이폰4S와 함께 시리를 공개하며 “포켓 속 개인비서”라는 혁신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 10년간 시리의 핵심 아키텍처가 거의 변하지 않은 채 패치만 반복되면서, 안드로이드 진영의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마존 알렉사에 비해 기능 진화 속도가 급격히 둔화됐다. 이는 애플이 음성 명령 데이터를 장기 보관하지 않는 프라이버시 우선 정책을 고수해 대규모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2022년 11월 챗GPT가 공개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사내 메모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책임자 크레이그 페더리기는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을 직접 사용해 보고 “우리가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고, 이는 곧 ‘애플 GPT’로 알려진 대형 언어 모델(LLM) 프로젝트 ‘Ajax’의 전격 가동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신형 LLM을 구형 시리 코드베이스와 결합하는 과정이었다. 개발진은 기존 기능과 새 모델을 반씩 나눠 붙였다가 일명 ‘두더지 잡기’식 버그 폭발을 경험했다. 하나를 해결하면 세 개가 터지는 악순환이 이어졌고, iOS 18.4에 탑재될 예정이던 개인화 질의응답·앱 제어 기능은 무기한 연기됐다. 시리 총괄 로비 워커는 3월 전 직원 화상회의에서 “정말 보기 흉하고 창피하다”라고 토로했다.

     

    지연의 책임을 둘러싸고 조직 분위기는 냉각됐다. 2018년 구글에서 영입된 존 지안안드레아는 “애플식 일정 관리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5년 3월 제품 개발 라인에서 배제됐고, 비전 프로를 이끌던 마이크 록웰이 시리 개편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리더십 불확실성 탓에 일부 핵심 인력이 이탈했고 사기 역시 최저치를 찍었다.

     

    하드웨어 제약도 만만치 않다. 애플 실리콘의 뉴럴 엔진이 연산 효율은 높지만, 수십억 파라미터급 LLM을 온디바이스로 돌리기엔 여전히 메모리·전력 한계가 있다는 것이 내부 평가다. 결국 애플은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라 불리는 서버 모델을 병행하기로 했지만, 이는 “클라우드를 최소화하겠다”던 당초 기조와 충돌해 추가 논쟁을 야기했다.

     

    경쟁사들은 정반대 길을 택했다. 구글은 제미니로 휴대폰·웹 전역에 멀티모달 AI를 얹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오피스에 코파일럿을 심어 ‘생산성 번역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메타, 아마존 등도 AI 비서 고도화에 속도를 내면서 시장 기대치는 매 분기 단위로 상향 조정되는 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애플 주가는 동종 빅테크 평균을 밑돌며 “AI 낙수효과에서 소외됐다”는 투자자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애플은 ‘LLM 시리’라는 코드명을 내건 완전 신형 아키텍처를 취리히 연구소 주도로 개발 중이다. 새 엔진은 실시간 대화 컨텍스트 유지, 장문 요약, 제삼자 플러그인 호출 등을 목표로 하며, 사용자 아이폰에서 차등 프라이버시 기법으로 합성 데이터를 수집해 모델을 미세 조정한다. 또한 EU 규정을 의식해 iOS 19부터 기본 음성 비서를 타사 제품으로 교체할 수 있는 옵션도 검토 중이다.

     

    다만 WWDC 2025(6월 10일 개막)에서는 시리 개편이 아닌 iOS·macOS 전반의 ‘AI UX’ 재정비로 무게 중심이 옮겨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준비되지 않은 기능을 또다시 과장 홍보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공개 직후 삭제된 아이폰 16 광고, 웹사이트 면책조항 수정 사례는 내부적으로 “반면교사”가 됐다.  

     

    한편 애플머신러닝연구팀은 지난 11개월간 30억 파라미터급 온디바이스 모델과 서버용 초대형 모델의 구조·압축·안전성 보고서를 잇달아 공개하며 “논문 먼저, 제품은 나중”이라는 학술 노선도 병행하고 있다. 연구진은 자기 회귀 대신 혼합 전문가(MoE) 레이어를 활용해 모바일 칩 전력 소모를 기존 대비 40% 절감했다고 주장한다.

     

    업계에서는 “프라이버시·사용 경험을 모두 지키겠다는 애플의 철학은 분명하지만, 이를 구현할 조직 역량과 속도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Times of India는 투자자 인터뷰를 인용해 “AI 혁신 지연이 아이폰 생태계 우위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플이 AI 인재를 사들이려 한 시도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 튜리(Turi), 2019년 Xnor.ai, 2020년 레이저라이크(Laserlike) 등을 잇달아 인수했지만, 이들이 만든 프로토타입은 사내 보안 규정과 제품 출시 일정에 가로막혀 실서비스로 이어지지 못했다. 합류 후 2~3년 안에 핵심 인력이 퇴사하면서 ‘인수 후 방치’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재무적으로도 모험이 가시화된다. 블룸버그 추산 500억 달러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칩 패키징 투자는 향후 4년간 자사주 매입·배당 여력을 잠식할 수 있다. 또한 EU 디지털시장법(DMA)과 캘리포니아 소비자 프라이버시법(CCPA)은 클라우드 데이터 이동·보관 방식에 대한 추가 보고를 요구하고 있어,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 설계 자체가 규제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동시에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상표를 선등록하며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관통하는 브랜드 재정비에 착수했다. 취리히 팀이 개발 중인 LLM 시리가 실전에 투입되면, 아이폰·아이패드뿐 아니라 에어팟·홈팟·카플레이 울트라까지 지원 기기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모두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청사진이다. 다만 내부 문건은 “1세대 기능이 실제 출시될 경우, 콜백 거부 오류·연속 발화 지연 등 사용자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한 베타 운영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두 가지다. 첫째, 애플이 프라이버시 보호를 훼손하지 않고도 대규모 데이터 학습·서비스 론칭 속도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둘째,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물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 팀이 하나의 목표 아래 일할 수 있을 것인가. 2026년까지 새 시리를 내놓지 못한다면, ‘앱 스토어’ 이후 15년간 이어온 애플의 플랫폼 지배력에도 균열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애플에게도 기회는 남아 있다. 어쨌든 20억 대가 넘는 활성 기기와 충성도 높은 고객 기반은 최고의 베타테스트 장이며, 정교한 칩 설계·생태계 통합 경험 역시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오기 어렵다. 애플이 “실패를 인정하고 학습했다”는 신호만 명확히 제시한다면, 늦은 출발이 오히려 완성도 높은 ‘막판 뒤집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오는 WWDC에서 그 해답의 윤곽이 드러날지 전 세계 개발자와 투자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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